믿을 건 내 면역력뿐

믿을 면역력뿐

 

미생물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한갓 세균으로 치부했던 미생물이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미생물의 중요성이 이제야 드러난 게 이상할 정도로 인류 역사 갈피마다 미생물이 있었습니다. 

포도주, 된장, 청국장과 같은 발효음식은 미생물의 도움으로 탄생한 것이며 2차 세계대전 때 수많은 인명을 구한 페니실린도 미생물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든 것입니다.  인간뿐만이 아닙니다. 자연에서 살아 숨 쉬는 모든 생명체가 미생물에 기대어 살아갑니다.

 

대지 위로 넓게 그늘을 드리운 아름드리나무, 그 시작은 발아입니다.  나무는 싹을 틔운 자리에 뿌리를 내립니다.  건강한 땅에 뿌리 내린 나무는 둥치가 굵고, 잎이 무성하며, 열매가 탐스럽습니다. 미생물이 분해해 놓은 영양소가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오염된 흙에 뿌리 내린 나무는 정상적으로 영양분을 섭취하지 못해 비실비실 자라다가 결국 말라 죽습니다. 오염된 흙에는 나쁜 세균이 득실거립니다.  영양분은 찾아볼 수 없고 썩은 냄새만 진동합니다.

 

인체도 나무와 같습니다.  나무가 수동적으로 흙에서 영양분을 섭취한다면 인간은 능동적으로 먹고 마신다는 것이 다를 뿐입니다.  나무에게  뿌리가 있다면 인간에게는 장이 있습니다. 인간은 장을 통해 영양소를 소화하고 흡수하며 찌꺼기를 배설합니다. 소화·흡수, 배설작용이 인간을 발육시키고, 생장시키고,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조달합니다.

 

흙이 좋아야 나무가 자라듯 환경이 좋아야 건강한 신체를 가질 있습니다. 옥토를 만드는 속의 미생물이라면 건강한 환경을 만드는 장내 미생물입니다.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전 세계를 공포에 빠뜨리면서 인체 면역력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해마다 등장하는 신종 바이러스는 치료약이 없거나, 개발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격리 상태에서 자기 면역력으로 이겨내는 게 적절한 대안입니다.

 

우리 건강과 관련해 미생물이 다시금 조명 받고 있는 것은 바로 인체의 장내 미생물이 면역에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1945년 일본에 원폭을 투하하면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가 향후 100년간 죽은 도시가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최초로 원자폭탄 실험을 했던 네바다 사막이 완전히 버려진 땅이 되는 되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히로시마, 나가사키 두 도시에는 1년 안에 생명이 깃들었습니다.  학자들은 그 이유를 땅속 미생물에서 찾았습니다. 방사선물질을 먹어 치우는 미생물이 땅속에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땅속 미생물은 지구상의 온갖 잡다한 것을 분해해 흙을 만듭니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질소를 잡아다 땅속 식물에게 제공하기도 하고, 대기에 산소를 불어 넣어 온갖 만물이 생장할 기반을 만들어 줍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가 방사능 누출 사고를 일으키자 학계에서는 과거 원폭 피해의 교훈을 되살려 미생물을 이용해 땅을 정화하자는 의견을 냈습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지금도 지구 곳곳에서 땅속 미생물이 병든 대지를 치료하고 있습니다.

 

국경을 막아도 소용없고, 위생적인 생활을 하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아니 너무 위생적인 생활이 후천적으로 면역력을 획득할 기회를 빼앗고 있습니다.

변종 바이러스는 백신, 치료약을 개발하기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항생제도 듣지 않습니다.  현대인이 바이러스 질병 앞에 맥을 못 추는 것은 나쁜 식품과 인공 합성된 약이 우리 장내 미생물에 악영향을 미친 탓입니다.

코로나19에 앞서 전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메르스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사라졌지만 중동에서는 한 해 서너 차례 환자가 발견되고 있습니다.  이는 메르스가 중동의 풍토병으로 자리 잡은 것을 의미합니다.

대한민국의 풍토병은 독감이겠지요.  찬바라람이 불면 많은 사람이 독감예방주사를 맞습니다.  효과가 있다, 없다 찬반이 분분하지만 노령이라면 맞는 게 좋고, 신체 건강한 사람은 굳이 맞을 필요가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독감에 걸렸다고 해도 인체 면역력이 얼마든 이겨낼 있습니다. 코로나19 마찬가지입니다. 인체 면역계는 세균성 질병, 바이러스성 질병, 곰팡이성 질병을 이길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망자 현황을 보면 대다수가 고혈압, 당뇨, 천식, 정신질환과 같은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질환이 없다면 사실 질병도 그리 무서운 게 못 됩니다. 해마다 우리 국토를 휩쓸고 지나가는 독감 정도로 대처하고 예뱅하면 되지 않을까요.

나무를 살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연에서 얻은 퇴비를 거름으로 주는 것입니다.  자연에서 얻은 퇴비에는 유익균이 가득해 식물을 건강하게 살찌웁니다.  인체를 살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연에서 나온 음식물을 먹는 것입니다.

가공되지 않은 자연식품은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의 조화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효소, 비타민, 미네랄, 피토케미컬이 풍부해 인체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충분히 전달합니다.  무엇보다 장내 미생물의 먹잇감인 식이섬유가 풍부해 장내 환경을 좋게 만듭니다.

 

땅을 살리려면 땅속 미생물이 풍부해져야 합니다. 땅속 미생물을 살리려면 미생물이 좋아하는 먹이를 공급해야 합니다.  땅이 좋아하는 먹이는 천연 퇴비입니다.  땅이 살아나야 식물의 뿌리가 살아납니다.  뿌리가 튼튼한 식물은 둥치가 튼튼하여, 아름다운 꽃을 피우며, 튼실한 열매를 맺습니다.

마찬가지로 인체 건강의 근본인 살리려면 자연식품, 발효식품, 식이섬유를 통해 미생물의 세계를 풍성하고 다양하게 가꾸어야 합니다.

한 번 죽은 고목나무를 되살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인체는 놀라운 자기 회복력을 갖고 있습니다. 고목나무처럼 망가진 몸이라고 해도 살릴 방법이 있습니다 속이 꽃밭이 되면 인생도 꽃핍니다. 너무 늦은 나이란 없습니다질환, 질병 걱정 없이 100세까지 건강하게 장수하고 싶다면 환경부터 점검해야 합니다.

 

2020년 3월

모든 분들의 무병백세를 기원하여

김 세 현

 

발췌: 면역력키우는장내미생물(프롤로그)-김세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