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검 ‘염증’을 관리하라

양날의 염증 관리하라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둘로 나뉜다.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있는 ‘선천 면역’과 면역반응에 의해 발달하는 ‘후천 면역’이 그것이다. 청결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요즘 아이들이 오히려 질병에 취약한 것은 후천적 면역이 발달할 기회를 잃어서이다.

   옛날 아이들은 손도 잘 안 씻고 땅에 떨어진 것도 주워 먹으며 컸다. 목욕은 명절에나 하는 연례행사였다.  그럼에도 감기 한 번 안 걸리고 겨울을 나곤 했다. 유아기에 후천 면역을 길렀기 때문이다. 

   후천적 면역반응에 관계하는 세포는 ‘B세포’와 ‘T세호’이다.  이들 면역세포는 독자적으로 행동하기도 하지만 서로 신호를 주고 받으면서 면역반응을 증대시킨다.

   미생물 감염이 일어날 경우 면역체계는 붓고 쑤시는 염증반응을 일으킨다.  몸이 아파 병원에 가면 대개 무슨무슨 염이라는 진단이 내려진다.  관절염, 편도선염, 중이염, 인후염, 위염, 장염, 방광염, 질염 등 인체 거의 모든 부위에 염증이 생긴다고 볼 수 있다.

   염증은 감염을 치유하고 조직을 재생하는 인체에 유익하지만 이중적인 면도 지니고 있다만성염증으로 발전해 인체에 해를 미치는 게 그것이다.  원래 염증은 자기 역할을 다한 뒤에 세포 자살 등을 통해 저절로 중단되는 게 맞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 염증반응이 만성이 되어 버리는 경우가 있다.  어떤 만성염증은 동통이나 발열이 없어 환자 자신도 염증이 있는 줄 모르고 지나간다.  나중에 암이나 성인병에 걸리고 나서 만성염증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만성염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이제까지 밝혀진 것으로 흡연 습관, 음주, 스트레스, 식품첨가물, 내장비만, 미세먼지 등이 있다.  서울대병원의 연구에 따르면 만성염증 수치(CRP 등)가 높은 사람이 암 발병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만성염증은 상피세포의 증식순환횟수에 영향을 미쳐 종양을 키운다.  암세포는 뭉치려는 본능이 있는데 이때 염증 메커니즘을 유발하는 방법을 쓴다.  암 덩어리가 커질수록 더 많은 염증이 유발되고, 염증은 다시 암세포의 증식을 돕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Hanahan D, Weinberg RA, <Hallmarks of Cancer: The Next Generation>, Cell, 144, 646-674, 2011.)

 

   만성염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인체에서 가장 많은 면역세포가 몰려 있는 장관 면역계를 정상화시켜야 한다.  인체 70% 면역세포가 장에 존재한다장은 외부에서 들어온 음식물에 세균이 있는지 없는지 검사하는 외에 면역세포를 훈련시키는 일을 한다.

   장에서 훈련된 면역세포는 몸 구석구석에 있는 면역기관으로 배치돼 몸을 지키게 된다.  이는 마치 신병들이 훈련소를 거쳐 자대 배치를 받는 것과 같다. 처음 훈련소에 입소한 신병은 뭐가 뭔지 몰라서 우왕좌왕하지만 제대로 된 훈련을 거치고 난 뒤에는 늠름한 군인으로 성장한다.

   신병이 어떤 이유로 잘못된 교육을 받을 경우 도리어 적에 이로움을 주는 무기가 되기도 한다. 면역세포도 이와 같다. 장내에서 잘못된 교육을 받으면 류머티즘 같은 자가면역질환이나 아토피 피부염, 알레르기 배염으로 대표되는 과민 염증반응, 만성염증을 일으키게 된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암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면역세포는 어떻게 해서 이런 나쁜 교육을 받게 되었을까.  장내 면역세포의 조교는 바로 미생물이다.  염증반응이 비정상적인 사람의 경우 장내 환경이 어수선한 게 보통이다.  유익균 대신 유해균이 창궐한 장은 염증 면역세포를 과민하게 만들거나 비정상적인 행동군을 만들어 버린다.  훈련소 교관 성격이 포악해 신병을 폭력으로 대하거나, 교관이 게을러 신병을 제대로 교육 안 시킬 경우 군대가 엉망이 되는 것 과 같다.

 

   암, 과민성대장 증상, 자가면역질환을 예방하려면 장내 환경을 좋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장내 환경이 좋으면 나쁜 조교를 착한 조교로 바꿀 있다.  장내 꽃밭을 아름답게 조성하기 위해서는 유익균이 좋아하는 음식물을 통해 장내 환경을 개선하는 수밖에 없다.  여기에 미세먼지를 피하고, 스트레스 요인을 제거한다면 지긋지긋한 염증질환과 안녕할 수 있다.

 

 

참고 : 면역력 키우는 장내 미생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