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돌면 당뇨 환자가 가장 위험하다?

전염병 돌면 당뇨 환자가 가장 위험하다?

 

모든 질환은 피가 오염되어서 생긴다.

이 말이 진리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피는 온몸을 돌면서 세포에 산소와 영양분을 실어 나르는 일을 한다.  그리고 세포가 사용하고 남은 노폐물을 외부로 방출시키는 일도 한다.

지구가 물의 순환을 바탕으로 유지되듯 인체의 생명력은 피에 의해 유지된다.  강이 오염되고 바다가 오염되면 동식물이 살지 못한다.  피가 오염되면 인체를 구성하는 세포가 오염되고, 세포 오염은 죽음으로 이어진다.

 

피가 오염되었을 때 나타나는 질환이 비만, 고혈압, 당뇨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암이다.  젊은 시절에는 신진대사가 활발하고 활동량이 많아 따로 식이요법이나 운동을 하지 않아도 노폐물 배출이 쉽지만 나이가 들면 대사 정체가 일어난다.

여기에 술, 담배, 향수, 염색, 스트레스 등 노폐물이 들어오는 창구가 더욱 넓어지니 대사계가 짊어져야 하는 부담이 크다.  청년기에 비해 2배 더 생활습관에 신경을 써야 하는 시기가 중년기, 노년기이다.

당뇨병만큼 사회문제가 되는 병이 있을까.  당뇨는 삶의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의료비 지출의 주범이다.  국가적으로는 보험 재정에 구멍을 낸다.  당뇨병 환자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다. 

코로난19 창궐 시 대한당뇨병학회는 코로나19에 대한 제언을 내고 제한된 의료 자원을 고려할 때, 사망 위험이 높은 기저질환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면역저하질환인 당뇨 환자는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70세 이상 당뇨인에서 의심 증상이 발견되면 우선적으로 검사를 받고 입원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미국 의사협회 공식 학술지(The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에 발표된 중국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보면, 4만 4,672명의 환자가 전체적으로 2.3%의 사망률을 보이는 가운데 당뇨볍이 있는 경우 사망률이 7.3%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코로나19로 사망한 국내 환자들의 또 다른 기저질환으로 고혈압, 만성 신장질환 등이 있다. 보통 당뇨는 공복혈당 기준 100mg/dl을 넘으면 위험 선으로 본다. 당뇨는 그 자체로 질병이 아니다.  우리 몸이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기 위해 응급시스템을 가동시킨 것에 불과하다.

피 속의 포도당을 인슐린이 처리 못 하니 오줌으로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설명해도 당뇨는 피가 오염된 상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당뇨가 무서운 것은 심각한 상황에 이르기 전까지 환자의 자각 증상이 없다는 점이다.  당뇨합병증이 가장 먼저 나타나는 곳이 눈, 손, 발, 성기이다.  피가 맑지 않으니 눈의 망막, 손끝, 발끝, 성기까지 영양분과 산소가 닿지 못한다.  당뇨망막병증, 임포텐스, 말초혈관 장애는 당뇨로 인해 흔히 발생하는 질환이다.

 

당뇨가 심해지면 신장 투석을 해야 한다.  정수기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탁한 물을 너무 오래 거르게 되면 필터가 막힌다.  걸쭉해진 혈액을 매일 거르는데 신장이 어떻게 온전할 수 있을까. 신장 투석은 번거로운 정도가 아니다.  어떤 환자는 간신히 살아만 있는 기분이라고 말한다.  삶의 질이 바닥으로 추락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 외 당뇨는 동맥경화나 심부전을 유발하기도 한다.

 

당뇬느 유전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은 맞는 말이다.  통계적으로 부모가 당뇨면 다음 세대가 당뇨에 걸릴 확률이 올라간다.  하지만 후성유전학의 견지에서 당뇨는 개개인의 생활습관에 따라 그 유전자를 대물림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생활습관에 따라 유전자가 바뀐다는 학설이 후성유전학이다. 식습관을 바로 하고, 운동을 통해 신체 관리를 하면 아무리 부모로부터 당뇨 유전자를 받았다고 해도 얼마든 극복할 수 있다.  당뇨 유전자를 발현시키느냐 안 시키느냐는 개개인의 생활습관에 달려 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당뇨 유전자가 없어도 생활습관이 잘못되면 얼마든 당뇨에 노출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동물실험에서 100만 개의 암세포를 정상적인 쥐에 주입했을때 이 쥐는 바로 암에 걸리지 않았다.  쥐가 갖고 있는 면역체계가 이를 퇴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사선을 쬐어 주면 이야기가 다르다.  제 3의 요소가 개입되면 유전적으로 아무 문제없는 쥐도 암에 걸릴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당뇨를 얻은 다음에는 유전자가 바뀌어 후대에 당뇨 유전자를 물려주게 된다.

 

고령을 당뇨의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이 역시 반만 맞는 말이다. 음식물로 섭취한 당을 세포로 운반하는 호르몬이 인슐린이고, 인슐린이 분비되는 곳이 췌장이다.  나이가 들면 다른 장기와 마찬가지로 췌장의 기능도 떨어져 당뇨 발병률이 올라간다.  그렇다면 모든 노인이 다 당뇨환자여야 할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평생 당뇨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사람도 많다.  이런 차이는 왜 생길까?

췌장은 길이 약 15cm의 장기로 이자라고도 부른다.  복부 뒤쪽에 자리 잡고 있는데 크게 두 가지 기능이 있다.  먼저 췌장은 여러 가지 소화효소를 만든다.  췌장 기능이 저하되면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을 흡수하는 일에 장애가 생길 수밖에 없다.  췌장의 혹사를 막기 위해서는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의 섭취를 자제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호르몬 분비 기능이 있다.  췌장은 인슐린과 글루카콘을 혈액 안으로 분비해 당을 조절한다.  인슐린은 혈당을 감소시키고, 클루카곤은 혈당을 올리는 역할을 한다.  탄수화물 식품을 지나치게 섭취하면 인슐린이 혈액 속의 당을 처리하기 위해 빠른 시간에 많이 분비된다.  인슐린 과다 분비는 췌장의 베타 세포를 혹사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베타세포가 빨리 늙는 것이다. 베타세포의 노화는 쉽게 당뇨로 이어진다.

 

그렇다고 모든 탄수화물이 다 나쁜 것은 아니다.  유익한 탄수화물로 혈액 속으로 당분을 흘려보내지 못한다.  대장이 소화를 포기한 식이섬유는 장내 미생물이 분해한다.  장내 유익균은 먹이가 생겨 좋고 인체는 췌장을 보호할 수 있어 좋다.  이것이 공생이다.  췌장의 건강과 같이 가는게 장의 건강이라고 할 때 장이 건강한 사람은 당뇨병과 친하지 않다.

 

 

참고 - 면역력 키우는 장내 미생물